야설 야동

춘향전

1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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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한루 구경 과 춘향이와에 만남

화창한 봄날, 몽룡이 방자에게 이 고을에서 경치가 제일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.

- 글읽는 도령이 경치는 무슨 경치임니까 

아주 말도 안되는 표정으로 방자가 몽룡을 쳐다보며 말한다.

- 옛부터 문장재사가 절승한 강산을 구경하는 것은 풍월과 글짓는 데 근본이 되는 것이다. 알겠냐!
- 예!
- 자식 니가 알긴 뭘아냐! 어서 가자.
- 그럼 광한루로 갈까요. 도련님.
- 그러 자꾸나!


방자는 몽룡을 앞세우고 광한루로 향한다.
몽룡이 광한루에 얼른 올라 사방을 살펴보니 경치가 매우 좋다. 광한 진경(眞景) 좋거니와 오작교가 더욱 좋다.
몽룡이 방자를 보며

- 오작교가 분명하면 견우 직녀는 어디에 있는가 
- 도련님 견우와 직녀는 실존인물이 아닌디요.
- 어허 니가 뭘 안다고 그러는냐! 이 방자할 방자야!
- 나참 나도 알건 안디.
- 내가 풍월을 하나 읊겠다. 들어보거라, 니가 들어서 뭘알겠냐 말은!
- 나참 그런생각이 있으면 말하지 마쇼.

그래도 몽룡은 오작교를 쳐다보며 시조를 읖조리고 있었다.

- 高明烏鵲船 드높고 밝은 오작의 배에
廣寒玉階樓 광한루 옥섬돌 고운 다락이라
借問天上誰織女 누구냐 하늘 위의 직녀란 별은
至興今日我牽牛흥 나는 오늘의 내가 견우일세
- 뭔말인지 몰라도 좋구만요.

몽룡과 방자가 나온때는 온갖만물이 춘정을 다하는 봄날이며 오월 단오일이었다.


월매 딸 춘향이도 향단이를 앞세우고 광한루 구경을 나오는데 그 모습이 난초같이 고운 머리, 곱게 땋아 금봉(金鳳) 비녀를 바로 꽂고 비단치마를 두른 허리는 버들들이 힘 없이 드리운 듯, 아름답고 고운 태도로 아장거려 흐늘거리며 짙은 녹음이 우거져 금잔디 깔린 곳에 황금 같은 꾀꼬리는 쌍쌍이 오가는 것 같다. 높이 매여 있는 그네를 한 두 번 힘을 주어 발밑의 가는 바람은 티끌바람처럼, 앞뒤 점점 멀어가니 머리 위의 나뭇잎은 몸을 따라 흔들흔들, 오고 갈 제 살펴보니 녹음 속의 붉은 치마자락이 바람결에 내비치니, 흰구름 속에 번개불이 비치는 듯 문득 보면 앞에 있더니 문득 다시 뒤에 있는 것 같다. 가벼운 제비가 떨어질 듯, 광풍에 놀란 나비 짝을 잃고 날아가다 돌치는 듯, 선녀가 구름 타고 양대(陽臺) 위에 내리는 듯 하다.

몽룡은 광한루에 올라 경치를 바라보고 있는데, 저 건너에 희득희뜩한게 보이길래 그것이 사람일까 아님 선녀일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방자를 에게 물었다.

- 방자야 저기 건너편에 그네를 타는 사람은 누구냐.
- 그건 왜 묻는데요.
- 사람인지 선녀인지 너무도 궁금해서 그렇다.
- 나참! 보면 모른디요. 사람아닙니까 사람. 눈은 폼으로 달고 있남.

방자는 황당한둣 몽룡을 쳐다보며 말한다.

- 니가 종놈임을 모르는 모양이구나.
- 알았시유. 누구냐 하면 이 고을 퇴기 월매의 딸 춘향이 아닌교.

춘향이란 말이지. 또 뭐 아는것 없느냐.

- 월매는 기생이지만 춘향이 아씨는 글자며, 문장을 다 익힌 어염집 처자와 다름 없는 최고에 신부감이지라.

첫눈에 반한 몽룡은 방자에게 춘향을 불러 오라고 말한다.
방자는 몽룡을 힐끔쳐다보디 춘향이 있는쪽으로 간다.

- 어찌해서 왔느냐.

향단이가 방자를 쳐다보며 물어본다.

- 어허 어찌 종년주제에 내말을 들으려고 하느냐.
- 그런 넌 종놈아니냐.

향단이도 지지 아니하고 방자를 쳐다보며 이야기 한다.

- 향단아 무슨일이냐.

춘향이 그네에서 내려 오며 물어본다.

- 아끌씨 이놈이 아씨에게 할말이 있는 모양입니다.
- 무슨말이냐 해보거라.

방자는 힐끔 몽룡이 있는쪽을 쳐다보다 춘향을 보며 이야기 한다.

- 저히 도련님께서 아씨를 부르십니다.
- 도련님이 어찌 나를 알아서 부른단 말이냐  네가 내 말을 <종달새가 열씨 까듯>하였나 보다.

일순간 방자는 멍한 표정으로 춘향을 쳐다본다.

- 아니다. 내가 네 말을 할 리 없으며, 네가 그르지 내가 그르냐. 너 그른 내력을 들어 보아라. 계집아이 행실로 추천을 할 양이면 네 집 후원 담장 안에 줄을 매고, 남이 알까 모를까 은근히 매고 추천하는 게 도리가 당연하다. 광한루 멀지 않고 또한 이곳을 논할진대 녹음방초 승화시라, 방초는 프르른데 버들이 초록장 두르고 뒷내의 버들은 유록장 둘러 한가지 늘어지고, 또 한가지 펑퍼져 광풍이 겨워 흐늘흐늘 춤을 추는데 광한루 구경처에 그네를 매고 네가 뛸제 외씨 같은 두 발길로 백운간에 노닐적에 홍사자락 펄펄, 백방사(白紡絲) 속옷가래 동남풍에 펄렁펄렁, 박속 같은 네 살결이 백운간에 희뜩희뜩, 도련님이 보시고 너를 부르실제 내가 무슨 말을 한단 말이냐. 잔말말고 건너 가자.

방자는 연신 춘향을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.

- 네 말이 당연하나 오늘이 단오일이다. 비단 나 뿐이랴. 다른 집 처자들도 예서 함께 추천 하였으며 그럴 뿐 아니라 또 설혹 내 말을 할지라도 내가 지금 기적에 있는 바도 아니거늘 여염 사람을 함부로 부를 일도 없고, 부른대도 갈 리도 없다. 당초에 네가 말을 잘못 들은 모양이다.

춘향은 방자를 보며 다시금 한마디한다.
방자는 춘향의 말에 혼이 빠져 몽룡에게 돌아오고 있었다.
몽룡은 방자의 말을 전해 듣고 방자에게 다시금 말을 전하라고 한다.

- 내가 너를 기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, 들으니 네가 글을 잘 한다기로 청하는 것이니, 여염집에 있는 처녀 불러보는 것이 소문에 괴이하기는하나, 험으로 아지 말고 잠깐 와 다녀 가라

방자는 연신 말을 외우면서 춘향이있는 쪽으로 걸어 갔다.

그 사이 춘향은 집으로 돌아가 버렸고 방자는 춘향의 집까지 찾아가 몽룡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한다.
방자의 말을 전해 들은 월매는 춘향에게 간밤의 자기에 꿈이야기를 하면서 몽룡에게 가보라한다.

- 알았어요. 어머니. 어서 가자.

춘향은 못이기는척 방자에게 말을 하며 광한루로 다시금 가고 있었다.

몽룡은 춘향을 기다리다 목이빠지는줄 알다가 춘향을 쳐다보니 거의 환장이라.
춘향의 고운 태도와 단정히 앉은 모습 자세히 살펴보니 백석(白石) 창파 새로 낵린 비 뒤에 목욕하고 앉은 제비 사람을 보고 놀라는 듯, 별로 단장한 일 없이 천연한 국색(國色)이라. 옥안을 상대하니 구름 사이의 명월과 같고, 붉은 입술을 반쯤 여니 수중의 연꽃과 흡사하다.

몽룡은 이런 춘향을 보며 한마디한다.

- 신선은 내 알 수 없으나 영주에서 놀던 선녀가 남원에 귀양 와서 사니, 월궁에 모여 놀던 선녀가 벗 한 사람을 잃었구나. 네 얼굴 네 태도는 세상 인물이 아니로다.

이말에 춘향이 역시 잠깐 들어 이도령을 살펴보니, 이세상의 호걸이요, 진세(塵世)의 기남자였다. 이마가 높았으니 소년 공명 할 것이고, 이마와 턱과 코와 좌우의 광대가 조화를 이루었으니 보국 충신 될 것이니, 마음에 흠모하여 아미를 숙이고 무릎을 여미며 단정히 앉을 뿐이었다.

몽룡은 춘향에 모습에 반해 춘향이에게 평생같이 살자고 한다.

-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바꾸지 않는다는데, 도런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첩이오라, 한 번 정을 맡긴 연후에 인하여 버리시면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수 공방 홀로 누어 우는 한은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누가 알랴, 그 런 분부 다시는 마옵소서.
- 네 말 들어보니 어이 아니 기특하랴. 우리 둘이 인연 맺을 때 금석(金石) 맹약 맺으리라. 네 집이 어드메냐 

춘향은 아무말도 아니하고 몽룡을 쳐다보고만 있었다.

- 오늘밤 집을 찾아 가겠다.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.

몽룡이 춘향을 보고 말을했다.
춘향은 몽룡에 말에.

- 나는 몰라요
라고 하고는 뒤를 돌아서 가버린다.